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동지 여러분, 반갑습니다. 플랫폼C 활동가 민희입니다. 장애인의 투쟁을 모욕한 박홍근 장관은 올해 1월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전장연을 만났던 자리에서는 달랐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장연 시위를 이유로 장애인 관련 일자리를 없앴다고 비판하며, 전장연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서울시장 후보일 때는 ‘장애인의 권리’였던 요구가, 예산을 쥔 장관이 되니 왜 갑자기 ‘시위의 강도로 예산이 결정되지 않는 다는 것입니까? 박홍근 장관 자신도 한때 거리에서 싸우던 사람이었습니다. 경희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의장대행을 지냈고, 학생운동 과정에서 집회시위법과 화염병사용처벌법, 국가보안법 등의 위반으로 두 차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판결문에는 1990년과 91년 경희대 주변 시위에서 화염병과 돌을 진압경찰 쪽으로 던지거나 쇠파이프를 들고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적혀 있습니다. 저는 오늘 그 행위를 비난하려고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그 시절 청년 박홍근에게 국가는 뭐라고 했겠습니까. 불법이라고, 시민에게 피해를 준다고, 과격하다고, 법과 질서를 지키라며 그를 잡아가고 재판했습니다.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나 그 청년이 국가의 예산을 쥔 장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투쟁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말라. 시위를 멈춰라. 그래야 합리적인 대화 상대가 된다.' 저는 이 장면이 참 부끄럽습니다. 거리에서 싸웠던사람이, 그 경력을 바탕으로 권력의 자리에 가서 거리에서 싸우는 사람을 비난하는 것. 국가가 자신의 투쟁을 불법이라고 낙인찍었던 사람이, 이제 국가의 언어로 다른 운동의 투쟁 방식을 심판하는 것.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박홍근 장관에게 묻겠습니다. 쇠파이프와 돌과 화염병이 등장했던 그 시절 시위 현장에서 싸웠던 청년 박홍근에게, 지금의 장관 박홍근이 가서 이렇게 말해보십시오. “먼저 시위를 멈춰라. 시민에게 불편을 주지 마라. 그래야 정부가 너희의 요구를 들어줄 명분이 생긴다.” 그 청년은 그 말을 받아들였겠습니까? 우리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전장연이 시민의 출근길을 빼앗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정부가, 서울시가 장애인의 출근길을 빼앗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고, 그 예산을 쥔 기획예산처 장관이 “먼저 조용히 해라. 그래야 장애인의 권리를 검토할 명분이 생긴다”고 말하는 것입니디. 이것이 대화입니까? 이것은 대화가 아닙니다. 예산이라는 권력을 쥐고 투쟁을 멈추라는 협박입니다. 그리고 예산 타령하는 정부에게 묻고 싶습니다. 지금 정부에 정말 돈이 없습니까? 전장연이 요구하는 2027년 장애인권리예산은 5조 8천억 원입니다. 2026년 예산보다 약 2조 6천억 원을 더 쓰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3대 메가 프로젝트라는 이른바 첨단전략산업에는 올해만 재정 1조 원을 직접 투입하고, 정부가 이 산업들을 보증하는 기금으로 15조 원을 공급합니다. 3대 메가프로젝트에 재정을 최우선으로 투입하겠다고 합니다. 기후위기를 악화시키고, 노동자의 권리를 후퇴시키고, 불평등을 강화하면서 재벌 대기업의 배를 불리는 3대 메가프로젝트에는 국가 재정과 공적 금융을 총동원하면서, 장애인이 이동하고, 말하고, 일하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2조 6천억 원은 그렇게 아깝습니까? 돈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를 위해 돈을 쓰고, 무엇을 우리 사회의 우선순위로 둘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동지 여러분. 장애인의 권리가 정부에게 명분이 생겨야만 주는 선물일까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선물이 아닙니다. 전장연에게 싸우지 말라고 하기 전에, 왜 장애인들이 이토록 오래 싸워야 했는지 정부가 먼저 대답해야 합니다. 왜 법까지 만들어놓고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습니까. 왜 일하고 싶다는 중증장애인에게 일자리를 보장하지 않고 있습니까. 대체 왜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들을 여전히 시설에 가두고 있습니까. 그것부터 대답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부는 지금 당장 2027년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십시오. 권리중심일자리를 제도화하십시오.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고, 감옥 같은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회. 장애인도 우리 모두와 함께 평범한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평범한 하루를 위해 우리 함께 싸웁시다. 구호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